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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유물, '온핌의 자작목피'.jpg

by cutekorean 2024.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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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유물, '온핌의 자작목피'.jpg

    "온핌의 자작목피 낙서"

    1200년대 러시아 노브고로드 공화국에서 살았던 당시 7세의 남자아이 '온핌'의 기록이다.

    자작나무 목피를 이용하여 고노브고르드어로 기록되었으며 당시 존재하는 기록물 중에서 제일 유명하다.

    위 기록은 학교에서 고노브고르드어 알파벳을 연습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리고 그림그리고 논 흔적이다.

    한글로 비유하면 ㄱ, ㄴ, ㄷ, ㄹ 을 연습하다가 때려치고 낙서중이다.

    왼쪽은 고노브고르드어 알파벳을 외우기위한 깜지다.

    오른쪽은 깜지 뒷면에 낙서한것으로 저기에 쓰인 문장은 "나는 괴물이다." "온핌이 다닐로에게" 라고 쓰여있다.

    무려 화살을 쏘고 불을 뿜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한다.

    역시 고노브고르드어 알파벳을 연습하다가 낙서를 그렸다.

    기사 '온핌'이 기병창으로 적을 찌르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역시 고노브고르드어 알파벳 연습을 위한 깜지다.

    알파벳 연습하다가 질렸는지 다시 낙서를 그렸다.

    이번엔 친구들을 묘사한것으로 보인다.

    7명이나 되는걸 보니 인싸기질이 있는 게 틀림없다.

    쓰라는 알파벳 깜지는 안쓰고 모든곳에 낙서를 한 모습.

    낙서로 추정컨대 온핌은 친구랑 노는 걸 좋아하고 기사가 되고싶은 소년으로 보인다.

    다른 낙서장에는 "아빠는 뛰어난 전사이고 자기도 아빠처럼 되고 싶다." 는 문장이 나온다.

    이 모든 기록은 온핌이 숲에서 놀다가 깜지를 나무에 걸어놓고 잃어버렸는데

    800년뒤 후손들이 숲에서 해당 깜지를 회수해서 유물로 박제했다.

    당시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아이들의 문자교육, 키릴문자의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한다.

    훈훈한 내용과 그 중요성으로 '러시아 사람들이 뽑은 제일 좋아하는 유물 1등'을 차지했다.

    출처 : 러시아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유물 - 아카라이브

    그래서 온핌은 기사가 됐을까
2024-11-20 14:49:39
아버지가 그런 직업이고 글을 읽고 쓸줄 아는거 보면 나름 사는 집이었을테니 백퍼 되었을 듯
2024-11-20 14:52:45
1200년대면 기사든 평민이든 몽골 활에 죽었을듯
    노브고로드면 슬라브 공국 중 유일하게 골든호드 피할 수 있었으니까
기사도 되고 영지상속도 받아서 잘 살다 갔을듯 다만 언제 쳐들어오나 하면서 걱정은 좀 했겠다
2024-11-20 15:02:20
되었겠징 1200년대면 한반도는 지금 고려임 아버지가 기사 라고 하니 기사작위를 받은 귀족일테고 그 시대에는 문자만 배워도 어지간한 지식인 취급이었을거고...
2024-11-21 08:36:35
노브고로드는 이상하게 거의 전국민이 문해율이 매우 높 았음 선거로 지도자 뽑기도 하고 시대를 잘못타고났음
2024-11-21 03:02:19
1200년대면 동쪽에서 말박이들이 밀고 내려올 무렵임 금나라 멸망이 1234년이고 바투가 금나라 멸망시킨 대칸 밑 에서 원정하다 회군한거 생각하면 기사가 됐든 안됐든 썩 밝은 인생은 못되었을 듯
2024-11-21 14:37:07
노브고로드는 그나마 몽골러쉬에서 무사했던곳들중 하나 이긴함
    글을 배우고 뛰어난 전사 아버지라 했으니 귀족이거나 적어도 명예직은 되었을 것이기에 그래도 기사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 네. 기사 온핌.

    [펌] 기사를 꿈꾸던 소년 온핌이 남긴 글과 낙서 그림의 상세 내용

    "편지 한 장 쓸 때마다 두 번 세 번 읽어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四通五達)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본 뒤에야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군자가 삼가는 바다."

    일찍이 다산 선생께서 남기신 말이다.

    소셜 미디어의 폐해가 범람하고 있는 요즘 특히 더더욱 우리가 새겨 들어야 할 말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들의 입장에서는 저 아무리 "조롱받을 편지"라 할지라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것이 더더욱 오래된 편지일수록 말이다.

    아무리 조악하고 우스울지라도 가끔씩 오래된 기록은 후손들의 관심사로 두고두고 남는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할 한 아이의 낙서도 그에 걸맞는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아이의 이름은 간산히 알고 있지만, 성씨는 알지 못한다.

    이 아이는 역사서에 기록될 가치가 있는 업적 하나 남기지 못했고, 역사서에서 누락된 수많은 장삼이사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낙서하는 것을 좋아하였고, 그 덕에 자신의 이름이나마 역사에 남길 수 있게 되었다.

    * 아이의 이름은 온핌(Онѳимъ). 13세기 노브고로트 공국에 살던 바랴크인(Варяг)이다.

    노브고로트 공국이 어디 있던 나라냐 하고 물어본다면, 현재 러시아의 전신 중 하나라고 해 두겠다.

    "노브고로트"는 쉽게 말해 "신도시"라는 의미인데, 이 도시가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이라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역사를 안다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노브고로트는 중세의 시작 무렵 러시아의 북부 해안에 첫발을 딛은 이들이 새로 지은 도시였고, 내륙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후 공화국으로까지 발전하였으나, 몽골의 침공으로 타격을 입고, 의심병 환자였던 "끔찍한" 이반 4세의 대학살로 큰 타격을 입어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러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기도 하고, 그 역사도 깊어 유물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곤 한다.

    그 유물 중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당시 사람들이 남긴 메모로, 이는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 만든 목피(나무껍질)에 글자나 그림을 적어넣은 것이다.

    간간히 발견되어 고대사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한국의 목간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역사는 나무에서 자랐다"고 누가 말했을 정도로 이 문서들은 상당히 귀중한 사료인데, 당시의 생활상부터 언어까지 수많은 역사적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자료들 중에서도 (추정 연령 6-7세인) 한 아이의 메모는 유별난 것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웃음과 흥미를 주고 있다.

    ... 과연 온핌이 자신의 낙서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중요한 사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단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만.

    온핌이 어떤 아이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어떤 학교를 다녔는지, 어떤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는지, 가장 좋아하던 놀이는 무엇이었는지.

    그러나 몇 가지는 알 수가 있다.

    다닐로(Данило)라는 친구가 있었고, 성경을 읽었으며, 숫자를 잘 세지 못했고, 상상력이 아주 풍부했다.

    (* 친구의 이름은 불확실하다. 다닐로(Данило)로 읽을 수도 다닐라(Данила)로 읽을 수도 있다.)

    학교 숙제를 지루해 하던 온핌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목피 뒷면에 낙서를 끼적거리는 것을 좋아했고,

    (온핌에게는 불행일지 다행일지) 이 목피는 몇백 년의 세월을 버텨 어느 고고학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온핌이 남긴 메모 중 현재까지 발견된 메모는 약 20개 정도 되는데, 이 중 글자나 문장이 적혀 있는 메모는 특별히 번호가 붙어 있다.

    1956년 7월 13일-14일 발견된 이 메모들은 1240년대에서 1260년대 사이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며, 발견 순서에 따라 199번부터 210번까지 번호가 붙었다.

    이후 1996년 당시 발견된 메모 중 331번 메모 또한 분석 결과 온핌이 적은 것으로 판정되었고, 이 또한 "온핌의 메모"에 들어가게 되었다.

    무더기로 발견된 199-210번 메모와 달리 331번 메모는 다른 곳에서 혼자 발견되었는데, 이 때문에 학자들은 199-210번 메모는 온핌이 한꺼번에 잃어버린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온핌과 그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그림. 아마도?)

    온핌이 끼적거린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메모들도 있는데, 여기엔 글자 하나 없이 정말로 순수하게 "낙서"만 그려져 있어서 번호가 붙지 못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신의 낙서를 후대에 남기고 싶다면, 가능한 텍스트로 채우도록 하자)

    좌우지간, 그렇게 온핌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 메모 중 몇몇 유명한 메모는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199번 메모가 있다)

    이미 인터넷에서 여러 차례 소개된 바가 있는데 여기서는 한 번 현재까지 발견된 온핌의 메모 전부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주의: 필자의 지식 수준은 미천하여 키릴 문자 정도는 조금 읽고 쓰지만 고대 동슬라브어는 잘 구사하지 못합니다.

    아래 번역한 내용은 필자의 얕은 지식 + 고대 교회 슬라브어 및 고대 동슬라브어 사전 + ChatGPT 셋을 합친 결과물입니다.

    오역 및 잘못된 정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아시는 분 계시면 지적 감사하겠습니다.

    199번 메모. 앞면(좌측)에는 글자 연습을 한 흔적이, 뒷면(우측)에는 낙서가 남아 있다.

    다른 메모들도 보면 알겠지만, 사실 온핌의 메모는 습자 연습의 흔적 다시 말해 "깜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로 비유하자면 유치원 시절 A4 종이에 가나다라 적어가며 글자 공부한 것이 800년 뒤에 박물관에 전시되는 꼴이다.

    당시 노브고로트인들이 구사한 언어는 "고대 동슬라브어"(Old East Slavic)로 이는 훗날 러시아어-우크라이나어-벨라루스어의 조상이 된다.

    그리고 이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당시 사람들은 "초기 키릴 문자"(Early Cyrillic Alphabet)라는 알파벳 체계를 사용하였다.

    러시아어를 배워 보았거나 러시아어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은 "키릴 문자"에 대해 들어보았을 텐데

    (잘 모른다 하더라도 유머 짤방으로 나도는 악명 높은 키릴 문자 특유의 "필기체"는 접해 보았을 것이다)

    초기 키릴 문자는 (러시아어 기준) 33자로 구성된 키릴 문자 체계의 모태가 되는 알파벳 체계이다.

    여기 파란 표가 현재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키릴 문자 체계이다.

    우리의 온핌은 13세기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초기 키릴 문자를 배워야 했고 그의 깜지에는 그리스 문자와 글라골 문자의 혼종인 저 알파벳 체계를 외우기 위한 노력으로 가득 차 있다.

    기실 우리에게 더 흥미로운 것은 오른쪽 즉 목피 안쪽에 그려진 낙서이다.

    "나는 야수다!"라는 말과 함께 온핌 본인으로 추정되는 무시무시한 괴수(?)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 "괴수"는 학교 친구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

    "온핌이 다닐로에게 안녕!"

    앞서 말했듯 저 친구가 "다닐로"인지 "다닐라"인지는 문헌마다 다르다. 굴절어의 폐해(?)라고 해 두겠다.

    단어 "Поклон"은 지금도 러시아어에 "경배"라는 의미로 남아 있다. 물론 요즘 저렇게 인사하지는 않는다.

    가장 아이다운(?) 낙서다 보니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온핌의 메모 중 하나이다.

    200번 메모. 말(?)에 올라타 적을 끌고 가는 위풍당당한 보야르(전사) 온핌을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나 이웃들처럼 훌륭한 전사가 되고 싶었던 당시 소년의 욕망과 그럼에도 글자 연습은 해야 했던 아이의 안타까운 현실이 대비되는 훌륭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온핌의 부모님은 영웅은 공부 따윈 안 한다는 동양의 경구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번 메모. 또 다른 깜지다.

    이 메모를 연구한 어느 학자는 201번 메모의 몇몇 글자는 온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적은 글자로 보인다고 추측한 바 있다.

    자세히 보면 글자 а 등 몇몇 글자의 필체가 다른 메모와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저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안타깝게도 알 수 없다.

    고렐키(술래잡기 비슷한 전통 놀이)에서 진 다닐로가 온핌 대신 대필해 준 숙제일지도 모른다.

    202번 메모.

    "드미트리가 (나에게) 진 빚 회수할 것"이라는 문장 옆에 정체 불명의 두 사람이 그려져 있다.

    두 사람의 그림은 온핌의 작품인 것이 거의 확실하나 저 문장은 아마 다른 어른이 적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여담으로, 온핌의 메모를 분석한 학자들은 그림마다 중구난방인 손가락 개수를 근거로 온핌은 당시 3 이상의 수를 제대로 세지 못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영웅도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 모양이다.

    203번 메모.

    "신이시여, 당신의 종 온핌을 도와주소서"

    그때나 지금이나 정교회적 신앙에 충실한 러시아의 일상 생활 속 한 단면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후술하겠지만, 온핌의 "깜지"에는 성경과 기도서에서 가져온 문장들도 적잖게 보인다.

    그림의 정확한 의미는 불명이나, 신 앞에서 고해성사를 치르는 온핌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정교회에는 고해성사가 존재하는데, 카톨릭과 달리 칸막이 없이 신부와 신자가 천 하나를 같이 뒤집어 쓴 채로 성사를 본다.)

    204번 메모. 또 다른 깜지다.

    러시아어를 아는 사람을 위해 주석을 달아두자면, 첫 번째 단어 "ѧко"는 현대 러시아어의 "как"과 동일하다.

    우크라이나어와 벨라루스어의 경우 이 단어를 그대로 이어받아 "як"이라고 쓴다.

    (글자 ѧ와 я는 사실상 같은 문자이다. ѧ의 필기체 형태에서 유래한 글자가 я이다.)

    205번 메모. 다시 한 번 깜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의 이름도 적다 말았고, 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적던 도중에 사냥을 나간 아버지가 돌아와서 황급히 인사하러 나간 걸까?

    잡설 하나.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특이한(?) 점을 두 가지 눈치챘을 것이다.

    온핌은 글자 젤로(S)를 좌우로 뒤집어 쓰고 있고, 볼쇼이 유스(Ѫ)도 특이한 형태로 쓰고 있다. (꼭 모래시계같이 생겼다)

    해당 필체가 일관적인 걸로 봐서 아예 이렇게 교육받은 것 같은데, 자세한 이유는 필자도 잘 모르겠다.

    희한한 점은, 글자 젤로의 경우 바로 아래 메모에서 똑바로 적은 형태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다만 이 한 글자 때문에 해당 그림을 편집하면서 필자는 글꼴을 구해 프로그램으로 직접 수정해야 했다...

    206번 메모. 다시 한 번 깜지다. 옆의 "Внешняя сторона коры"는 해당 낙서가 목피의 안쪽 면에 쓰여 있음을 의미한다.

    초록색 부분은 단순히 글씨 연습인데

    파란색 부분의 경우 기도문의 일부를 필사한 것이다.

    "이에 이제 여섯째 시간에 우리의..."

    러시아어 위키피디아에서 "Следованная Псалтирь"의 일부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시편을 바탕으로 그 뒤에 부록으로 붙인 기도문의 일종이다.

    "여섯째 시간"이 오전/오후 6시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정교회에서 특별히 사용하는 시간 체계인지는 모르겠다.

    (* Следованная Псалтирь의 정확한 한국어 번역이나, "여섯째 시간"의 의미를 아시는 분이 계사다면 제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톨릭의 성무일도가 떠오르는데 그것과는 좀 다른 의미 같군요.)

    그리고 저 아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같이 수업 듣다 탈주한 친구들일까?

    잡설 하나.

    S와 ЧСА 위에 보면 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 줄은 티틀로(titlo)라고 부른다.

    알파벳이 키릴 숫자(로마 숫자나 그리스 숫자처럼 알파벳에 숫자를 대응한 것)로 쓰였을 때 혹은 긴 단어를 적당히 줄여 적을 때 해당 단어가 축약되었음을 표기하고자 글자 위에 긋는 줄이다.

    이 문장에서는 티틀로의 두 가지 용례를 전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다.

    207번 메모.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 끝까지 들어 주소서, 주의 종에게 향하신 주의 얼굴이 어떠하신지"

    다시 한 번 신에 대한 자비를 갈구하고 있다. 기도문에서 가져온 내용일까?

    208번 메모. 이 정도면 그냥 파편(fragment)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아무리 봐도 몇 글자 보이지 않는데 저기서 단어를 뽑아낸 학자들이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확실한 해석은 힘든데, "못들"(гвозди)이나 "죄악"(грех) 같은 단어로 보아서는 우리 원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글이 아닌가 추측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들을 해석하면서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내 준 성경 필사 숙제가 떠올랐다.

    그 때 필자는 마르코 복음서 1장부터 8장까지 필사해야 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당시 필자의 글씨체보다 온핌의 글씨가 더 유려한 것 같다.

    209번 메모.

    "погородье"(당시 도시에서 거둬들이던 세금) 딱 한 단어가 적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온핌이 적은 게 맞나 의심이 드는데, 일단 온핌의 메모로 분류된다.

    210번 메모. 이것도 사실 뭔가 특기할 만한 내용이 없다.

    "파벨"은 남성 인명이나 (영어의 Paul과 동계어) 이 사람이 누군지는 다닐로/다닐라보다도 더 미스테리하다.

    일단 키는 꽤나 컸던 것 같다.

    331번 메모. 마지막 메모다. 다시 한 번 신에 대한 신앙 고백(?)이 펼쳐진다.

    "그분의 말씀이 있어야 할 곳에... 그리고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주여 분노하지 마옵소서..."

    개인적으로는 저걸 보고 뭐라고 적었는지 유추한 학자들이 더 신기할 따름이었다.

    ("온핌"의 동상)

    199번 메모 등 몇몇 메모는 이미 기존에 한국 인터넷에도 몇 번 소개된 바가 있다.

    그리고 이제 알겠지만, 말이 "아이의 낙서"지 사실 199번 같은 걸 제외하면 크게 흥미는 돋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낙서가 800년의 세월을 버티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낙서 하나 깜지 하나라고 해서 막 내팽겨두지 말고 "뒷처리"를 잘 해야 한다는 교훈도 준다는 점에서(?) 소개할 만한 가치는 있었던 것 같다.

    벨리키 노브고로트의 크렘린 공원에 위치한 조각상. 온핌의 낙서를 그대로 조각했다.

    * 잡설 하나. "온핌"이라는 이름은 남성 인명 "안핌"(Анфим)의 변형이다.

    러시아어 고유명사에서 글자 에프(ф)가 들어가면 이 단어는 슬라브 고유 언어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이 이름은 그리스의 남성 인명 안피모스(Άνθιμος)에서 유래한 이름이고, 현대 러시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이름이다.

    출처 : 온핌의 메모: 한 아이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법 - 에펨코리아

    온핌의 낙서들을 이렇게 세세하게 분석한 글은 님이 처음인듯 ㅋㅋㅋ ㅊㅊ이랑 함께 1000포 드리겠음
    800년 전 나무 조각에 새겨진 낙서로만 남겨진, 말을 타고 화살을 쏘고 입에서 불을 뿜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던 동시에 위대한 전사였던 아버지를 닮고 싶었던, 3 이상의 숫자를 세기 힘들어 했던 노브고로트의 소년 기사, 온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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