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절약 비교 실험]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놓는 것 vs 낮에만 켜는 것

[전기 절약 비교 실험]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놓는 것 vs 낮에만 켜는 것

저는 장부를 보는 재주가 없어 가계 관리는 배우자님이 도맡아서 합니다.

어느 날 가계부 정리를 하시는 배우자님이 제가 LG씽큐 어플을 이용해 유비쿼터스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여 집안의 모든 가전을 핸드폰에 연결하여 만능 리모컨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보더니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제 핸드폰에서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하길래 제 핸드폰에 연결해 놓은 설정을 그대로 옮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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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등록한 우리집 홈 설정 가족 구성원 핸드폰에 옮겨 그대로 조회할 수 있게 하는 방법

LG씽큐 어플을 켜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옵니다.

뭐 이것저것 많이 연결해둔 나의 홈 화면. 어플 홈 화면의 우측 상단 + 모양을 클릭해준다.

밑에서 슬라이드바가 올라온다. 화면 아래쪽 '멤버 초대' 버튼을 눌러준다.

화면 하단의 '초대하기' 버튼을 누른다.

두 가지 초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번째 방법인 '계정 / 전화번호로 초대'를 누르면 전화번호를 입력해 초대할 수도 있고,

'QR로 초대' 버튼을 누르면 QR코드가 하나 나오며, 이를 3분 안에 상대방이 스캔하여 초대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초대받을 상대방은 어떻게 스캔 카메라를 켜는가?

LQ 씽큐 어플 홈 화면에서 좌측 상단 '내 홈 ∨' 버튼을 누른다.

화면 하단에 나타나는 '홈 설정 >' 버튼을 누른다.

화면 우측 하단 '다른 홈 초대받기' 버튼을 터치하여 카메라를 켠다. 홈 주인의 QR 코드를 읽어들이면 스마트홈 설정을 공유하게 된다.

이렇게 배우자님에게 제가 하나하나 미리 연결해 두었던 스마트홈 설정을 모두 공유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전 아날로그 인간이라 스마트홈은 왠지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내가 가전제품들을 하나하나 연결하는 모습을 의아하게만 바라보던 배우자님.

간편하게 홈 설정을 공유해주니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에어컨 리모컨을 찾을 필요도 없이 누워서 핸드폰으로 온도조절, 켜고 끄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해하며 사용하시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배우자님 : "여보, 나 실험을 하나 해보려고 하니, 밤에도 에어컨을 끄지 말아주세요."

• 나 : "엥? 밤에도 에어컨을 켜두면 전기가 더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요?"
• 배우자님 : "제가 궁금증이 생겨서 실험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그래요. 지금은 열대야로 밤에도 무더우니 며칠 동안 에어컨을 끄지 말고 그대로 놔둬봐 주세요."
• 나 : "그럼 매일 24시간 에어컨을 켜두란 말인가요???"
• 배우자님 : "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나는 어릴 적부터 평생 '절약'을 강조하신 부모님으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은 반드시 제때제때 꺼야 한다, 사람이 들어가 있지 않은 방은 반드시 불을 꺼라, 에어컨 없이도 다 살았다, 더워도 선풍기와 샤워로 버텨라, 환기하면 시원하다, 가만히 있으면 시원하다'라고 교육받아온 사람인데, 무려 에어컨을 24시간 틀어놓는다는, 나로선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을 하겠다니!

대체 무슨 실험이길래?!

으으으...흰 쌀밥에 담배를 비벼 끄는 듯한 배덕감이 드는 일이었지만, 뭔가 꼭 실험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하니까...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싶어 며칠간 밤에 잘 때에도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놓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충격적인 실험결과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배우자님을 LG씽큐 어플을 켜서 내게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 배우자님 : "실험 결과가 나왔어요. 아침에 에어컨을 틀고 밤에 에어컨을 꺼두는 것보다,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두는 것이 하루 전력 소모량이 더 적게 나왔어요."
• 나 : "뭐라고요????? 그럴 리가!? 그걸 어떻게 측정해요???"
• 배우자님 : "당신이 알려준 LG씽큐 어플에서 전력 소비량을 간편하게 볼 수 있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 나 : "그냥 켜고 끄고 조작하기만 했지, 그런 기능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어떻게 보는 거예요?"
• 배우자님 : "내가 자기한테 이런 걸 다 가르쳐주는 날이 오네요. ㅎㅎㅎㅎㅎ"

(저는 LG씽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LG로부터 땡전 한 푼 받아본 적 없는 인간임을 미리 밝힙니다.)

LG씽큐 홈 화면에서 거실에 있는 타워형 에어컨을 선택한다.

에어컨은 '인버터' 기능이 있는 기종입니다.

'정속형' 에어컨은 해당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화면 우측 하단 '유용한 기능' 버튼을 누른다. 나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화면 하단 '에너지 모니터링' 탭을 터치하여 전력 소모량을 확인할 수 있다. 와씨 이거 뭐야!? 이런 걸 볼 수가 있었어?

응애 나 애기 원시인...

• 배우자님 : "이제 에어컨을 밤에 끄면서 지냈을 때랑, 에어컨을 24시간 틀어놨을 때의 전기 사용량을 비교해 볼게요."

난 갑자기 내 배우자님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아침에 켜서 저녁에 잠잘 때는 끄는' 생활을 할 때 에어컨 전력 소모량

8월 2일 금요일 전력 사용량 12.28kWh(킬로와트시). 밤에는 에어컨 냉방 기능을 끄고 송풍으로 내부를 말려두기만 했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선풍기 정도밖에 소모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에어컨을 켜면 밤사이 32도까지 치솟은 거실 온도를 급격히 내리기 위해 에어컨이 강하게 돌아가고, 아침 두시간 동안의 전력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아침시간에 소모되는 전력량이 너무 커서, 에어컨이 잡아먹는 일일 전기 소비량 전체가 더 늘어난 것이다.

8월 3일 토요일 전력 사용량 11.94kWh. 아침에 에어컨을 틀었을 때, 첫 한시간이 엄청나게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

8월 4일 일요일 전력 소모량 12.01kWh. 이 날은 전날 가족 모두 밤 늦게까지 놀다 다같이 늦잠을 자서 느지막이 에어컨을 틀었다. 에어컨을 11시가 다 돼서야 틀었으니 에어컨을 튼 시간은 오히려 적었는데도 전날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모했다.

8월 5일 월요일 전력 소모량 9.07kWh. 역시 아침 시간대, 에어컨을 처음 켰을 때 전력 소모량이 가장 높다.

8월 6일 화요일 전력 소모량 9.92kWh. 이날은 낮에도 더웠는지 정오에 전기 사용량이 갑자기 늘었다.

8월 7일 수요일 전력 사용량 10.4kWh. 매일 아침에 폭증하는 전기 소모량은 가슴이 아프네!

8월 8일 목요일 전기 소모량 9.1kWh. 여전히 아침나절의 소모량만 높다.

8월 9일 금요일 전력 소모량 8.17Kwh. 바람이 많이 불어 조금 시원해진 날이었다.

8월 10일 토요일 전력 사용량 9.71kWh. 다시 9를 넘어갔다. 아침에 처음 켠 1시간 동안 에어컨에 가해지는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어컨을 24시간 틀었을 때의 전력 사용량

8월 11일 일요일 전력 사용량 7.83kWh. 그래프의 왼쪽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밤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계속 틀어두기 시작한 날이다. 이 날은 무지 더웠다. 심지어 밖에서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요...더워서 쪄죽을 것 같아요...'라며 나가 놀기를 거부한 날이다. 그런데 오히려 전기 사용량은 7 대로 떨어졌다!? 아침에 처음 에어컨을 켰을 때 한 두 시간 동안 한시간 전력 소모량이 1kWh를 넘어 1.5에 육박할 정도로 폭증하던 것과 달리, 햇빛이 따가운 낮에도 비교적 완만한 전기 사용량 증가세를 보이며, 그마저도 1.0kWh를 넘지 못한다.

8월 12일 월요일 전기 소모량 8.09kWh. 다음 날도 마찬가지다. 에어컨을 끄지 않고 24시간 틀어놨음에도, 11시 경 가장 더운 시간에만 전기 사용량이 조금 증가했을 뿐, 이마저도 1.0kWh를 넘지 못한다. 데워진 집을 차갑게 식히는 것보다, 이미 시원해진 집을 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 전기를 훨씬 덜 소모하는 것이다.

8월 13일 화요일 전기 사용량 7.2kWh. 점점 떨어지고 있다.

8월 14일 수요일 전력 사용량 6.5kWh. 날이 조금 선선해지긴 했지만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놨는데도 예전 밤에 끄고 낮에 켤 때 나오던 사용량 수치의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어버렸다.

8월 15일 목요일 전력 사용량 8.93kWh. 다시 매우 무더운 날이었다. 전날 그렇게 무덥지 않길래 평소에 냉방 온도 28도를 맞춰놓은 것이 아깝게 느껴져 밤사이 냉방온도 30도를 맞춰 놓았더니, 아침 전력 소모량이 예전처럼 혼자 불뚝 솟아올랐다. 그래도 에어컨을 밤에 아예 끄고 자던 예전보다는 덜 나왔다.

결론 - 여름철 에어컨 전기세 아끼는 방법

• 에어컨을 밤에 끄고 낮에 켤 때 평균 전력 사용량 : 10.24kWh.
• 에어컨을 끄지 않고 하루종일 24시간 틀어놓았을 때 전력 사용량 : 7.71kwh.

이렇게까지 차이가 많이 난다고!?

• 하루 평균 10.24kWh를 사용했을 때 30일 기준 한 달 전력 소모량 : 약 307.2kWh.
• 하루 평균 7.71kWh를 사용했을 때 30일 기준 한 달 전력 소모량 : 약 231.3kWh.
• 이 에어컨 한 대가 잡아먹는 한 달 전기 사용량이 75.9kWh나 차이나는 것이다.
• 월 307kWh를 사용한다면 한 달에 에어컨 한 대로만 전기세로 약 6만 5천원이 나간다.
• 월 231kWh를 사용한다면 한 달에 에어컨 한 대로만 전기세로 약 4만 3천원이 나간다.
• 만약 여름철 에어컨 한 대로만 월 300kWh를 넘어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여기에 다른 가전제품 전력 사용량이 합해져 누진세가 붙고, 전기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서 전기세로만 14만원이 넘어가게 된다.
• 그러나 여름철 월 230kWh 정도의 전력 사용량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가전제품의 전력 사용량을 합해도 누진세 구간을 초과하지 않게 되어, 전기세를 10만원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

나 :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거예요?"

• 배우자님 : "어렵지 않아요. 이 집이 단열이 되잖아요. 계속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에어컨에 무리가 가지 않는 상태로 전력을 조금씩만 사용하면서 버티는 것이지만, 밤새 열대야로 데워진 집을 다시 시원하게 하는 것은 에어컨에게 전기를 많이 사용해서 무리하도록 일을 시키는 거예요. 냉장고를 닫아두면 전기를 많이 소모하지 않지만, 문을 자주 열면 냉각 팬이 자주 돌아가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 나 : "실험 결과를 눈앞에 놓고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양자역학의 실험결과를 바라보던 아인슈타인이 세상의 진리를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었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때 꺼놓는 것보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틀어놨을 때 더 전기를 적기 소모한다는 개념이, 이해는 가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 배우자님 : "옛날부터 전기기구를 아껴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래요. 사용하지 않을 때 꼭 꺼야만 전기를 아낄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에요. 냉장고는 1년 365일 틀어놓고 단 한 번도 끄지 않지만, 문을 자주 열지만 않으면 전기를 그렇게 많이 잡아먹지 않잖아요? 에어컨도 마찬가지인 거예요."

나 : 믿을 수가 없어...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서 에어컨을 안 쓸 때는 꼭꼭 끄던 내 습관이 오히려 에너지를 낭비하는 습관이었다니...

나 :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야...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밤이 되면 집안의 모든 전기기구를 콘센트에서 뽑아버리고 싶은 이 욕구를 어떻게 참으란 말이야...

이렇게 저는 배우자님의 설득과 실험결과에 승복하고 제 자신의 고정관념을 타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인버터 기능이 있는 에어컨일 경우에 한하여) 여름철 에어컨은 24시간 틀어놓는 것이 껐다 켰다 하는 것보다 훨씬 전력 소모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나에겐 너무나도 이해하기 힘든 개념을 깨닫게 해주신 배우자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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