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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상',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모르는 세대.txt
핑프를 혐오하는 요즘 세대, 상식 부족보다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더 밉다
한 직장인이 '유선상'이라는 말의 뜻을 몰라 상대방에게 물어보았고, 답변을 한 자는 친절하게 '통화로 진행하겠다'고 해석해 주었지만 대화내역을 캡처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조리돌림을 합니다.
물론 '유선상' 이라는 기초적인 단어를 모르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개인적인 대화내역을 캡처해 올리고 놀려대며 남의 흉을 보려는 행동은 참으로 음흉하기 짝이 없습니다.
댓글 반응은 더 충격적입니다.
'유선상'이라는 말은 무선 단말기가 보편화 된 현대, 유선 통신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로 보아 다음 세대만 지나고 나면 교과서나 문학 작품, 역사책에서만 볼 수 있을,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말입니다.
물론 너무나 당연스레 '유선상'이라는 말을 상식적으로 알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단어를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몰라서 '질문하는 행위' 자체를 혐오하는 듯 한 반응이 더욱 역겹고 추악합니다.
인간은 수천년에 걸친 역사 속에서 사람간의 토론과 질문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지식을 습득해왔습니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는 혐오행위에 흔히 '핑프짓', '핑프' 라 불리는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핑프의 뜻은 '모르는 것을 접했을 때, 스스로 인터넷에 검색해 찾아보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스스럼없이 남에게 물어보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입니다.
'모르면 찾아봐야 한다'라는 말에는 '그깟 기초적인 단어를 몰라서 내게 대답을 해주는 수고를 감수하게 하느냐?'라는 기초 상식 부족자에 대한 혐오적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모르는 말을 남에게 물어보다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들을까봐 겁이 나서 인터넷에 몰래 검색해보는 습관이 든 것은 본인 스스로의 용기 부족과 과잉 자기 방어 기제에 불과합니다.
직장인이 이렇게 기본적인 단어를 모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기본 소양이 부족한 사람에게 너무나 기초적인 것을 하나하나 대답해주며 일을 꾸려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모든 직장인이 공감하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격의를 갖춰 물어보는데에도 앞에서는 예의바르게 대답해주는 척 해놓고 뒤에서는 캡처를 떠 인터넷에 올리고 조롱하며 모욕하는 일은 전혀 '상식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도대체 뭘 바라고 찍어 올린겁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같이 무식쟁이라고 욕해달라고 올린 것 아닙니까?
참...추악합니다.
'심심한 사과' 뜻은 '마음 깊고 간절히 사과말씀을 드린다', '지루하다'가 아니다
상식이 부족할 수도 있고 생각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전에 본인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면 이런 대참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심심하다(甚深하다)'는 '심할 심(甚)' 자와 '깊을 심(深)' 자를 쓰는 표현으로,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뜻은 '마음 깊이 사과드리며 죄송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매우 정중한 사과 표현입니다.
도대체 이게 왜 '지루하다'의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 표현 '심심하다'와 헷갈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한자 단어인 심심(甚深)이라는 말을 모른다 할지라도, 공개적으로 사과말씀을 드리는 상황과 문맥, 정황 상 '심드렁한 태도로 사과하기 귀찮지만 일단은 사과를 드립니다'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런 말도 안되는 표현이 존재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참 놀라운 일입니다.
남을 조롱하고 분노하는 데에는 거침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무식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남의 무식은 놀려대기 바쁜 이 시대상을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요즘 사람들은 흔히 과거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이 상당히 낮아 8차선 대로에서 무단횡단을 하거나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껌을 뱉던 시절을 미개하다며 쉬이 조롱합니다.
그러나 인터넷 온라인 상에 쓰레기같은 의식과 쓰레기같은 말, 쓰레기같은 태도를 마구 집어던져 버리는 것을 바라보면 미흡한 시민의식의 표출 장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졌을 뿐, 미개한 야만의 시대에서 그다지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게시판과 게임 캐릭터 뒤에는 당신과 똑같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남에게 모욕과 조롱을 퍼부으면 인터넷 '유선상'에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 상처를 입습니다.
제발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합시다.
왜 이렇게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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