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보 뜻은? 중국 게임에서 나오는 화폐단위 원보(元寶)

원보 뜻은? 중국 게임에서 나오는 화폐단위 원보(元寶)

최근 엄청나게 쏟아지는 양산형 모바일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분이라면 게임 속 아이템으로 원보(元寶)라는 화폐단위를 자주 접하실 수 있습니다.

게임을 안 하는 분이라면 듣도보도 못할 말이지만, 양산형 게임을 많이 접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용어입니다.

딱 봐도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말인데, 중국산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자연스럽게 게이머들 사이에서 익숙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단어입니다.

중국 황실에서 사용된 것으로 여겨지는 황금 원보(元寶), 독일의 도시 보훔(Bochum)에 위치한 독일광산박물관(Bergbaumuseum, German Mining Museum) 소장 - 출처 : wikipeida

원보의 뜻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사용된 중국 전통 화폐 단위

원보(元寶)는 만화, 영화, 게임 등에서 중국 관련 컨텐츠를 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되는 단어입니다.

621년부터 생산된 중국 당나라 시대 동전에는 개원통보(開元通寶, 카이위안 통바오)라는 글자를 새겼는데, 여기서 원(元)자와 보(寶)자만 따서 원보(元寶, YuanBao, 위엔바오)라고 부른 것이 기원입니다.

개원통보(開元通寶)는 621년부터 907년까지 280여년간 발행되어 당나라 경제의 중심이 되었던 주요 화폐였다. - 출처 : wikipedia

개원통보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개원통보가 발행되기 이전의 화폐는 금, 은, 동 등 가치있는 금속의 무게를 달아 값어치를 매기는 무게 중심 화폐, 칭량화폐(秤量貨幣)가 유통되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중에서도 전국시대 때 연나라에서 주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명도전은 한반도 북방과 요동반도 등 고조선 강역에서도 널리 사용된 대표적인 칭량화폐이다.(좌),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삼한시대 가야의 철정(鐵鋌) 혹은 덩이쇠, 1세기~6세기 경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며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실물 화폐 유물이다.(우)

대표적인 칭량화폐인 명도전은 표면에 밝을 명(明)자를 새겨넣어 장식된 칼 모양의 화폐이기에 명도전(明刀錢)이라 부릅니다.

한반도 남부 가야지역에서 널리 출토되는 철정 역시 무게를 가치로 환산하여 경제활동 시에 사용하였습니다.

개원통보는 진나라(秦)의 반냥전(半兩錢), 한나라(漢)의 오수전(五銖錢)의 형태를 이어받아 지름 8푼, 약 24mm의 엽전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개원통보 이전의 엽전은 그 자체의 무게를 재어 값어치를 환산하는 칭량화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개원통보는 질량과 관계없이 1닢의 화폐가 1원이라는 고정된 값어치를 지님으로써 화폐유통 경제의 혁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각종 물건들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화폐가 고정된 가치로서 중심에 서게 되며 물건의 값을 비교하는 기준이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왼쪽과 같이 상하우좌의 순서로 읽어 개원통보(開元通寶)라고 읽는 것이 맞지만, 실제 상공행위를 했던 많은 경제인구들이 오른쪽과 같이 시계방향대로 상우하좌의 순서로 읽는 경우가 많아 개통원보(開通元寶)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이는 사람들이 돈, 화폐의 역할을 하는 물건을 모조리 원보라고 칭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배 모양? 말발굽 모양? 특이하게 생긴 원보 은괴와 금괴 화폐

개원통보는 중국 당나라 왕조 무덕 4년에 처음 주조되어 당대는 물론 오대십국 시대까지 약 3백여 년에 걸쳐 유통되었던 금속 화폐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돈=개원통보'라는 인식이 깊이 자리잡았습니다.

이후 상업혁명으로 인해 경제가 부흥하고 대규모 상업행위가 성행했던 송나라 시대에는 민간경제가 극도로 성장하면서 가치가 정해진 동전만으로 거래행위가 이루어지기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칭량화폐인 은이 다시 유통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은은 중국 역사상 단 한번도 관에서 정식 화폐로서 발행한 적이 없으며 화폐는 대부분 구리나 철로 만들어진 동전, 철전의 형태였습니다.

당송시대 이후부터 배나 말발굽 모양을 닮은 마제은(馬蹄銀), 은정(银锭, 은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일반적으로 거래관계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니고 대규모 거래대금이나 상납, 공납, 혹은 쌓은 부를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사용됩니다.

초기 형태의 마제은(馬蹄銀), 말발굽(馬蹄, 마제)를 닮아 마제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출처 : wikimedia

무협지에서 나오는 은자(銀子)는 특정한 형태를 가진 화폐가 아니었다

민간에서 사용된 은자(銀子)는 편편하게 펴서 마구잡이로 잘라놓은 은 덩어리일 뿐이었습니다.

잘게 잘라져 쇄은(碎銀) 혹은 은정(銀錠)이라고도 불렀으며 물건을 살 때 얇은 은덩이의 무게를 달아 값을 치르곤 했는데, 부드럽고 무른 은의 특성상 얇게 펴져있는 형태라면 즉석에서 가위로 잘라 무게를 맞추어 대금을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수호지와 같은 무협 소설 등에서 흔히 나오는 은자는 바로 이런 불규칙한 형태의 덩이 은, 조각 은이었습니다.

몇 관, 몇 문, 몇 냥, 몇 전, 몇 푼 하는 동전의 단위들도 은으로 계산할 때는 전부 동전 가치에 합당한 적정 무게로 환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은자 한 냥이란 1개의 동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30~40g 정도 무게의 은덩이를 뜻하는 단위였으며, 이는 얇게 폈을 경우 거의 성인 여성의 손바닥만한 큰 액수였습니다.

냥이라는 단위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경제활동을 할 때 사용한 것은 은덩이를 더욱 잘게 쪼갠 전(錢)이나 문(文, =푼分) 단위를 사용하였습니다.

전과 문 단위에 해당하는 동전이 있었으므로, 은은 동전의 값어치에 해당하는 만큼 무게로 계량하여 사용되었습니다.

조선시대의 경우 1관=10냥=100전=1000푼, 1냥이 곧 10전이자 100문이었습니다.

대한제국 시기에도 근대화폐 체제를 확립하면서 이 개념을 그대로 이어받아 1원=10전=100푼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중국에서 흔히 출토되는 다양한 모양의 조각 은 화폐, 은자(銀子) - 출처 : read01

송나라 상업혁명기에는 급격히 성장하는 실물경제를 화폐 발행량이 따라가지 못해 은자 뿐만 아니라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구리가 아닌 철, 납 등을 이용해 만들어낸 사주전(私鑄錢)의 유통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주전은 관에서 직접 발행한 정식 화폐인 관주전(官鑄錢)에 비해 가치가 낮게 평가되었지만, 대규모 상업거래를 위해서는 이런 화폐라도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나라 시대 이후 은괴를 뜻하는 말로 변형된 원보(元寶)

원나라 이전 시대에 원보(元寶)는 개원통보(開元通寶), 즉 동전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원나라 이후 원보(元寶, 현재 중국어 간체자로는 元宝)는 은으로 만든 잉곳(Ingot), 은괴의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변하게 됩니다.

배나 말발굽 모양을 닮은 형태의 마제은(馬蹄銀)이 이 시기부터 활발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납작하게 만들어진 은자의 경우 울퉁불퉁하게 찌그러지거나 쉽게 잘라 모양을 변형할 수 있는데 반해, 독특한 모양으로 규격화된 원보는 일부를 잘라내거나 모양을 변형할 시 그 변화를 알아채기 쉬워 상대적으로 위조하여 무게를 속이는 것이 어려웠으며, 수직으로 포개어 쌓아올려 대량의 은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물경제에서 거래용도로 사용되기보다는 부를 축적하고 보관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됩니다.

독특한 형태로 제작되어 사용된 은 주괴 화폐, 원보(元寶) - 출처 : read01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실크로드 무역에서 유럽인들에게 비단을 팔아 얻은 은을 사이시(細絲, 세사, Sycee)라고 불렀으며, 위안(元, 으뜸 원)이라는 단위로 세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보의 영문명은 Sycee(사이시)가 되었습니다.

명나라 이후 폭발적으로 사용되고, 청나라 시절 전성기를 맞이한 원보(元寶)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는 동전 뿐만 아니라 은괴 원보 또한 화폐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명나라 시대 중기부터 은이 화폐로서 폭발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의외로 중국 대륙에서는 이렇다 할 거대 은광이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대량의 은은 남미 페루의 한 도시 포토시에서 생산되어 카리브해를 거쳐 도착한 스페인에서 은화로 주조되고, 중국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페루(볼리비아) 포토시에서 시작해 스페인을 거쳐 중국으로 전해진 스페인 은화, 달러(Dollar)

16세기 후반, 스페인이 남미에서 대규모의 은광을 발견한 덕에 엄청난 양의 스페인 은화, 달러(Dollar)가 무역을 통해 전세계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달러(Spanish Dollar)는 그 막대한 양에 힘입어 세계 기축통화가 되었고, 이후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화폐 단위인 달러의 원형이 되었으며, 스페인어로 무게를 뜻하는 단어인 페소(Peso), 은화를 세는 단위인 레알(Real, 헤알) 등은 남미 각국의 통화명으로 남았습니다.

페루(오늘날의 볼리비아) 포토시에서 발견된 노천 은광은 해발 약 4000미터 높이의 산봉우리 자체가 거대한 은 덩어리였다. - 출처 : 동아일보

중국은 당시 무역을 하면서 대금을 받을 때 은으로만 결제를 받았기에 비단, 차, 도자기 등 값비싼 기호품을 수출하며 막대한 양의 스페인 달러 은화를 얻게 됩니다.

은화의 값어치를 알기 위해 표면에 한자로 인장을 찍은 스페인산 은화는 현재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습니다.

한자가 각인된 1888년 멕시코 8 레알 동전 - 출처 : wikipedia

은행(銀行) 뜻과 기원

중국인들은 둥글게 생긴 스페인 은화를 은원(銀圓)이라고 불렀는데, 이때부터 둥글다는 뜻의 원(圓)이 화폐의 명칭이나 단위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대외 무역을 개방한 명나라에 방문한 일본인들과 서양인들이 명나라 경제를 분석한 결과, 은이 상당히 고평가 되어있음을 발견하고 자국의 은을 가져가 물건을 교환하는 환차익 무역이 급증하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과 은의 가치비가 최소 12~17배 정도 차이가 났지만, 중국에서는 유독 교환비가 낮아 2~6배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명나라 시대 사용된 은괴 원보(元寶), 해관양(海關兩, 하이콴타엘) - 출처 : 한국은행

중국에 방문한 스페인인은 '스페인에서 금은 가치비가 20배인데 중국은 4배 밖에 안되니 은을 가져오기만 해도 5배는 이득을 본다'고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명나라에 은을 가지고 가면 아무리 시세가 좋지 못해도 최소 2배 이상의 이문을 남길 수 있음을 깨달은 무역인들에 의해 중국 대륙에는 은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실물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민간 상업 또한 더욱 발전하여 상업조합인 항(行)이 생겨났으며, 은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은항(銀行)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은항은 현대에 이르러 Bank를 뜻하는 은행(銀行)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은의 절반을 빨아들인 청나라

청나라 시대에 이르며 대외무역을 더욱 개방하면서 청나라는 전 세계 은의 종착지가 되었습니다.

조금 과장을 더해 전 세계 은의 25%~50%가 청나라에 있었다고 추산할 정도이며, 학자마다 조금씩 이견은 있지만 17~18세기 청나라에 그만큼 막대한 은이 유통되고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자연스럽게 엄청난 양의 은화가 녹여져 중국 전통 방식의 원보 형태로 다시 제작되어 보관되었기에 다양한 모양의 원보가 유통됩니다.

무게와 값어치가 표면에 새겨진 경우도 있었고, 황제의 연호와 기년명을 새겨넣은 경우도 있습니다.

기타 복(福)과 같은 상징적인 글자를 새기거나 발행처를 낙인으로 찍어 표기하기도 했습니다.

보트 모양의 원보 은괴, 1820년 청나라 시대의 유물 - 출처 : ebay

순치 4년(順治四年, 1657년)명 청나라 은괴 원보(좌), 동치 8년(同治八年, 1869년)명 청나라 은괴 원보(중), 다양한 문자가 새겨진 청나라 원보(우) - liveauctioneers

사람이 죽었을 때 태우는 용도로 사용되는 지전(紙錢)

예로부터 사람이 죽었을 때 저승길 노잣돈으로 사용하라고 돈을 태워 공양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실제 돈을 태우면 아깝기도 아깝거니와, 금속의 형태로 가공된 경우는 잘 타지도 않을 뿐더러 값어치가 높기 때문에 원보와 비슷한 형태인 종이배를 만들어 태우는 풍습이 남았습니다.

무덤에서 고인을 공양하기 위해 불태워지는 종이 원보 - 출처 : wikipedia

현대에 들어 각종 중국산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화폐단위, 원보

최근 중국이 게임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게임이 제작되고 있는데, 게임업계의 발전과 동시에 저품질의 낮은 퀄리티를 가진 양산형 모바일 게임 또한 급증하면서 중국식 용어와 단어들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원보 또한 그런 중국식 재화 개념 중의 하나로, 흔히 게임 내 재화로 칭해지던 골드(Gold), 다이아(Diamond), 루비(Ruby) 등 전통적인 귀금속의 자리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임 브레싱 소드 - 출처 : taptap

게임 정복: 삼국기원 - 출처 : taptap

게임 삼국지 인사이드 - 출처 : jjang986

게임 음양: 신마의 연 - 출처 : mumuplayer

원보라는 게임 내 재화를 사용하는 모바일 게임은 수천개가 넘으며, 그 정확한 기원과 의미는 몰라도 수많은 게이머들에게는 이미 독특한 배 모양의 형태와 귀중한 것을 뜻한다는 의미만큼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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