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아동병동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표현한 짤.jpg
코시국을 겪은 나로서는, 차라리 아이들의 병동 스테이션 레이싱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지독하고도 끔찍한 역병, 우한 폐렴이 전 세계를 할퀸 2019년 그 해, 1년 내도록 가족도 마음대로 만나지 못한 채 그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백신도 때맞춰 꼬박꼬박 접종하였고, 손발도 항상 깨끗이 씻고, 항상 소독용 알콜을 가득 채워 넣은 초미세 분무기를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황야의 건맨처럼 순식간에 꺼내 들어 쌍권총 쏘는 것 마냥 칙칙 뿌리고 다녔는데, 감염력이 극대화 된 변이종 오미크론의 무시무시한 여파는 막아낼 수가 없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들 코로나 한바탕씩 다 겪고, 다들 걸리고 다들 치료 되었기에 그 심상치 않던 기세가 한풀 꺾여 한동안 제법 나왔던 코로나 치료비 특별 지원금도 다 끊기고, 사망자와 치명률이 급격히 줄어들던 2019년 겨울 끝 무렵에, 우리 아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들이 모두 다 같이 합심하여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하고 방역에 신경을 썼음에도,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치원을 덮친 것이다.
아기의 열이 40도까지 올라갔다.
매 순간순간이 아찔했다.
눈앞이 번쩍번쩍하며 필름이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애써 침착한 척을 하려 했으나, 막상 내 아기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불안하여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만약 그때 배우자님이 지나치게 침착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때 긴장되지 않았었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긴장되고 놀랐지요! 그래도 티를 낼 수는 없었죠! 부모가 되어서 둘 다 호들갑을 떨고 자빠져 있으면 어쩌겠어요.'라고, '부모가 되었으면 최소한 둘 중 하나는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라는 너무나도 멋진 대답이 돌아왔다. 믿음직 해...! 사랑해요...!)
아기는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산소가 모자라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청색증이 왔다.
미리 IV를 잡아놓았기에 침착하게 즉시 주사를 놓고 곧바로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뒤로 넘어갈 것만 같았다.
상태를 보고 무슨 일이 있으면 옆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을 크게 안정시켜 주었지만, 기운을 잃고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 버린 아이를 바라보면 마음이 너무 안쓰러웠다.
다행히 코로나의 기세가 줄어들던 시기였기에 병동에 입원을 할 수 있었지만 이틀간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하루종일 폐렴으로 심하게 기침을 하다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진 아이를 간호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아기와 배우자님이 잠든 틈을 타, 부끄러워 병실 구석에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틀어막은 채, 평생 신의 존재를 믿어본 적도 없는 내가, 아기의 고통 앞에 무기력하게 무릎 꿇은 채 처절하고 비참하게 울면서, 일평생 신을 찾아본 적도 없고 경배한 적도 없는 주제에, 기도하는 방법도 모르는 채 엉망으로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필사적으로 신을 찾고, 비겁하고 비굴하게 내 아이의 목숨을 구걸하듯 두 손을 모아 쥐고, 어느 종교의 신인지도 모를 절대자를 향해 간절히 기도를 했다.
'하늘이시여, 세상에 신이 계시다면 제발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만약 목숨을 하나 거둬 가셔야만 한다면, 이 아이가 아니라 제발 제 목숨을 거두소서. 하나님, 만약 이 자리에서 반드시 꼭 누구 하나가 죽어야만 한다면, 이 아이가 아니라 내가 대신 죽게 하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간절히, 비나이다... 나를 데려가소서. 부디 이 작고 소중한 것을 데려가지 마시고, 대신 내 하찮은 생명을 거두소서!'
아기라는 것은 너무나도 신비한 존재다.
세상에 내 일신(一身)의 행복 추구밖에 모르고 살았던, 극단적으로 이기적이었던 성격의 내가, 이렇게까지 이타적인 생각을 한다는 현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격리된 코로나 병동 층의 문 한 장 밖에서는, 이미 회복기에 접어들어 뛰노는 아이들의 쿵쾅거리는 발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 아이들의 건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애가 탔다.
애간장이 탔다.
오장육부와 창자가 끊어지는 듯, 뱃골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웃지 않아도 좋다.
뛰지 못해도 좋다.
살아만 다오.
그 조그만 숨통으로, 살아서 숨 쉬어 주기만 해 다오.
제발...
제발...
그렇게 애절하고 간절했다.
그렇게 이틀을 꼬박 새다 기절하고 깨어난 어느 순간, 아이가 비칠비칠 일어나 앉고, 죽을 떠 한입 오물오물 씹어 삼키고, 물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천천히 병상을 짚고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감격스러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 살았구나. 우리 아기가 살았구나!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내 아이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어서 감사합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아기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가야, 살아나 주어서 너무나 고마워...'
세상에는 감사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감사하고 싶은 것은, 내 아이에게 전하는 감사이다.
'나에게로 와서, 나의 아이로 태어나, 나의 아기가 되어줘서 너무나도 고맙단다. 네가 있음으로써, 큰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살던 내 삶에 명확한 목적이 생겼고, 행복 없이 무료하게 살던 내 삶에 찬란한 빛과 실체로 빚어진 행복이 생겼단다. 아가야, 사랑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을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을게. 성실하라고 핀잔주지 않을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닦달하지 않을게. 단지, 살아주어서 고맙다. 단지, 이 세상에 존재해 주어서 너무나 고맙다.'
이랬던 아기는 이제 제법 커버려서 호시탐탐 부모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하고, 말빨로는 쉽사리 당해낼 수도 없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거나, 조금만 짱구를 굴리면 풀 수 있는 다소 쉬워 보이는 문제를 풀지 못해 답답할 때, 항상 초심을 되새긴다.
'이 아이는 한 때 그저 콩알만 한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키고 내쉬고, 빨빨 땀을 내며 힘껏 젖을 빨아 넘기고, 용을 쓰고 힘을 주어 짙푸른 똥을 잘 밀어내고, 조막만 한 입을 오물거려 밥을 씹어 삼키는 것 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했던, 소중하고 감사스러웠던 아이'였다는 사실을.
지금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그 어떠한 요구들도, 모두 아이의 생명과 건강 앞에서는 조막만 하고도 하찮은, 과도한 욕심 나부랭이일 뿐이라는 것을.
[TV 동물농장] 절에 살며 수행하는 불심 깊은 구도자 고양이 '해탈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사기라는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는 디시 코인충
하와이에서 맥도날드 화장실에 갇혔는데 토속신이 강림해서 구해준 사연
독일 나치 장교 중 가장 최악의 전쟁 범죄자였던 인간의 최후.jpg
'생활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원전 2,500년 경, 지금으로부터 4,500년 전에 만들어진 목각 조각상.jpg (35) | 2024.11.25 |
---|---|
구리피갑 납탄환 총알 vs 텅스텐 주괴 육면체 (34) | 2024.11.24 |
한국이 '진짜' 로마인 이유.jpg (34) | 2024.11.23 |
[펌] 예비군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전쟁 시 부상병 처치법 (병사편) (43) | 2024.11.23 |
영미권 의료계의 열악한 현실을 풍자하는 한 장의 짤방 밈.jpg (25) | 2024.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