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추억 보관소]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아이의 글씨 연습 놀이

[우리 가족의 추억 보관소]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아이의 글씨 연습 놀이

이른 아침, 92.7㎒와 함께

아이가 타준 모닝 커피를 마시며.

연습장을 펴놓고 끼적거리며 낙서를 하는 부부.

 

아내 : 나는 어릴 때부터 내 글씨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어요. 여자애들 중에는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애들이 참 많았는데. 내 글씨는 마치 남자 글씨같아요. 아무리 예쁘게 쓰려고 해도 귀여운 글씨가 안 되더라구요.

남편 : 안 그런데요? 내 삐뚤빼뚤 악필에 비하면 훨씬 예쁜데요.

아내 : 당신 글씨는 그냥 정말 일반적인 남자들 글씨 같아요. 그래도 난 이제 내 글씨가 좋아요. 분명 여자 글씨긴 한데 남자 글씨같은 느낌도 있는 독특한 글씨체.

남편 : (끼적끼적) 따라 써봐요.

아내 : 이게 모야... 이거 뭐예요?

남편 : 용비어천가요. 그냥 따라 써봐요. 아가~ 아가두 엄마 아빠 글씨 쓴 거 밑에 글씨 한 번 따라 써봐 주세요~.

아이 : (책 읽던 아이, 책을 내려 놓으며) 으엑! 이건 뭐야! 글자가 왜 이렇게 생겼어요?

남편 : 6백년 전 중세시대 한글이라서 그래요. 한 번만 따라 써 봐 주세요.

아이 : 글자가 이상하게 생겼어요! 안 쓸래요!

남편 : 아잉~ 한 번만~! 우리 가족 글씨 전부 모아서 비교해 보게요! 추억 삼아!

아이 : 흠... 아빠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네요.

아내 : 아유~ 우리 아가, 어쩜 글씨도 또박또박 반듯반듯 귀엽고 예쁘기도 하지~!

아이 : (왠지 모를 뿌듯) 그래요? 그럼 다음에도 써 드릴게요.

남편 & 아내 : 고마워요~♡

뭐가 아빠 글씨고 뭐가 엄마 글씨고 뭐가 아이 글씨일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2장
불휘기픈남ᄀᆞᆫᄇᆞᄅᆞ매아니뮐ᄊᆡ。곶됴코여름하ᄂᆞ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이니 꽃 좋고 열매 많나니
ᄉᆡ미기픈므른ᄀᆞᄆᆞ래아니그츨ᄊᆡ。내히이러바ᄅᆞ래가ᄂᆞ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여 내(川)를 이루어 바다로 가나니

부디 우리 아이가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처럼 튼튼하고 막힘없이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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