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본 화력 연호, 일본 연도 표기법

아직도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본 화력 연호 원호, 일본 연도 표기법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서력기원인 서기(西紀)를 사용합니다.

일본에서도 서력기원을 사용하지만 서기라고 부르지 않고 서력(西暦)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서력과 병행해 화력(和暦,われき,와레키)이라는 것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이 화력이라는 용어보다 원호(元号,げんごう,겐고-)라는 말로 연도를 표기하는데요.

이 '원호'는 왕의 즉위와 퇴임에 따라 정해져 반포되는 원호제(元號制)에서 기인합니다.

일본에서는 놀랍게도 이 원호제를 아직도 사회 전반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호를 사용하던 일본 운전면허증은 2018년 서력으로 개정되었다.

예를 들어 공문서, 이력서, 신분증, 각종 계약서 작성, 회사 내 문서, 통장 개설을 비롯한 은행 업무 등 수많은 곳에서 공식적으로 '레이와 XX년' 같은 방식으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원호제 기년법을 서력으로 바꾸려고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원호제는 일본 사회 전반에 깊숙이 깔려있어 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호제 뜻

원호제란 중국의 고대 국가인 은(殷)나라, 주(周)나라 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기년법으로, 왕의 즉위년을 기원 원년으로 삼아 연도를 세는 방법입니다.

원호제가 제대로 정립된 것은 기원전 2세기 경, 중원을 통일한 한(漢)나라(전한)의 무제(武帝)가 '특정한 해'에 연호를 붙이고, 그 해를 원년인 1년으로 삼아 이후 '(연호명)+N년'의 형식으로 제정한 것을 기원으로 합니다.

처음 원호법을 정립한 한 무제 - 출처 : wikipedia

일세일원제의 뜻

그러나 개혁, 전쟁 등 거대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연호를 바꾸는 것은 너무 복잡한 기년법이었으며, 이후 명나라의 태조(明太祖)가 중원을 통일하며 '한 군주의 재위 중 하나의 연호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일세일원제(一世一元制)를 도입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기년법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명 태조 홍무제 주원장 초상 - 출처 : 나무위키

한반도에서도 고려, 조선시대에 이 일세일원제를 사용하여 연호를 표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황제가 청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주국, 황제국으로서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이에 앞서 서기 1897년 8월 14일에 새로 '광무(光武)'라는 연호를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광무 원년을 선포한 서기 1897년은 광무 1년, 1898년은 광무 2년인 것입니다.

다이카, 메이지,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 레이와 이게 다 무슨 뜻?

2019년 5월 1일에 선포된 연호 '레이와'에 대해 설명하는 故 아베 신조 전 총리 - 출처 : 경향신문

일본의 원호는 왕이 즉위하여 죽거나 퇴임할 때, 혹은 전쟁이나 큰 개혁이 있을 때마다 바뀝니다.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원호가 있는데, 이를 배우는 것은 일본인들의 몫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중 우리가 학교에서 옆나라 일본에 대해 배울 때, 흔히 들어 귀에 익은 단어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다이카(大化) 뜻

그중 다이카는 서기 646년에 행해진 정치개혁인 다이카 개신(大化の改新)이라는 용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이 시기에 들어서야 스스로의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특히 고대 국가의 기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율령의 반포가 이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를 다룬 일본의 드라마 '다이카 개신(大化改新)' - 출처 : heritager

다이카 개신이 이루어진 아스카 시대가 일본 땅에서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형태'의 제대로 된 고대 국가가 들어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지(明治) 뜻

한국식으로 그대로 읽어 명치 시대라고도 하는 메이지 시대(明治時代)는 이를 원호로 채택한 메이지 일왕이 통치하던 시대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본 통일 이후 에도 막부와 쇼군이 200여 년 간 일본을 지배하던 시절, 아무런 권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존재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의 왕가는 존왕양이 운동을 통해 많은 일본인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당시 쇄국 정책을 펴던 막부 정권은 미국의 검은 배, 흑선이 일본 앞바다에서 강제 개항을 시키는 사건을 계기로 몰락하게 됩니다.

일본의 미래에 관심이 많았던 정치인들은 세계정세의 변화에 발맞춰, 급격한 정치제도 개혁과 함께 일본을 서양 열강들처럼 쇼군이 아닌 왕이 다스리는 국가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정치인들은 절대권력이었던 막부와 쇼군에게 대항하기 위한 정치적 구심점이 필요했기에, 당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왕가 혈통의 자손인 사치노미야 무쓰히토(祐宮 睦仁)라는 인물을 왕으로 추대해 메이지 일왕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메이지 시대는 서기 1868년을 기원년인 1년으로 시작하는 메이지 원년을 선포합니다.

메이지(明治) 일왕 - 출처 : wikipedia

우리에게는 한자 발음 그대로 명치유신이라고도 불리는 메이지 개혁(明治維新)으로 인해 귀에 익은데, 이때가 바로 일본의 정권이 막부에서 일왕가로 옮겨가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존왕양이 뜻

이 시기에는 존왕양이(尊王攘夷), 즉 왕을 옹립해 서양인들에게 대적하자는 운동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이에 적극적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개혁, 개방 정책을 펼치고, 일본이 근대 국가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 시기입니다.

한국에도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바람의 검심이 바로 이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완전한 제목은 '바람의 검심 -메이지 검객 낭만기-'입니다.

'바람의 검심 -메이지 검객 낭만기-' - 출처 : TVING

만화 '바람의 검심' 시리즈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 출처 : Netflix

바람의 검심 몰아보기 - 유튜브 바로가기

기원후 약 1900년을 아우르는 동안의 역사 속에서 항상 동방의 변두리 소국에 불과했던 일본이 부강한 세계 열강의 반열에 들게 된 격변의 시기이므로,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가장 자랑스럽고도 흥미로운 시대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인에게는 가장 밉고도 저주스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에게는 밉고도 끔찍했던 메이지 시대

당시 황제국을 선포하고 자주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대한제국의 국권 침탈이 이루어진 것 또한 이 시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을사늑약(乙巳勒約), 을사조약(乙巳條約)이라고 부르는 국권침탈 조약인 한일병합조약(韓日倂合條約)이 이루어진 서기 1910년 8월 22일이 바로 메이지 43년입니다.

한일협약도(韓日脅約圖) - 출처 : 나무위키

이후 2년 뒤인 메이지 45년, 메이지 일왕이 죽고 그의 아들인 하루노미야 요시히토(明宮嘉仁)가 왕위를 이어받고 연호를 다이쇼로 바꾸게 됩니다.

서기 1912년은 메이지 45년인 동시에 다이쇼 1년인 것입니다.

다이쇼(大正) 뜻

1912년 7월 30일부터 1926년 12월 25일까지 이어진 다이쇼 일왕의 제위기간을 다이쇼 시대(大正時代)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발음 그대로 대정시대라고도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다이쇼 일왕을 다소 무능하고 멍청한 왕이라고 여겼습니다.

다이쇼 덴노는 메이지 덴노와 달리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아니었고, 어릴 적 앓은 병으로 인해 실제로도 약간의 정신적 문제가 있었기에 일본의 정치계에서 왕의 권위가 추락하게 됩니다.

존재감이 없는 왕(影の薄い天皇)으로 불렸던 다이쇼 일왕

하지만 격변의 메이지 시대를 거치며 사회적, 정치적으로 지쳐있었던 일본은 다이쇼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약간의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다이쇼 로망 뜻은 무엇인가요?

일본인 중에는 이 다이쇼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국가의 주권을 침탈해 식민지로 삼고 부유함을 누린 시기이지만, 앞선 메이지 시대의 정치적 혼란과, 뒤이은 쇼와시대의 전쟁 패망 등을 따져보면 일본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풍요로운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일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민들은 인간보다는 가축에 가까운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부유한 상인계층이나 신분이라도 있는 무사는 그나마 사람처럼 살았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세금에 짓눌려 살았습니다.

다이쇼 시대는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과중하고 무거운 세금으로부터 잠깐 벗어날 수 있었던 시대입니다.

일본 땅에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 농민에게 부과된 조세율은 평균 8~9할에 달했고, 다이쇼 시대에 이르러서야 주변국들로부터 수탈한 자원을 바탕으로 조세율을 경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 제국의 야욕에 피해를 입은 주변 국가들에게는 이 다이쇼 시대가 저주스럽고 미운 존재이지만, 오래전부터 무거운 세금에 눌려 피폐한 삶을 살아야 했던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는 이 시기만이 일본의 역사 속에서 그나마 살기 좋았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진 만화, '귀멸의 칼날' 또한 다이쇼 로망스 장르에 속한다. - 출처 : TVING

만화, 영화, 드라마 등 이 시기를 다루는 문화 창작물이 많아져 다이쇼 로망이라는 이름의 장르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지만, 일본으로부터 약탈당한 경험이 있는 주변국들에게는 이 시기를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분노스러운 것입니다.

쇼와(昭和) 뜻

1926년, 다이쇼 일왕이 사망하고 새롭게 왕위에 즉위한 미치노미야 히로히토(迪宮裕仁)는 쇼와라는 연호를 선포합니다.

한자 발음 그대로 읽으면 소화 시대라고도 합니다.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까지, 쇼와 일왕이 지배하던 쇼와 시대(昭和時代)는 그야말로 광기의 시대였습니다.

전 세계 경제 대공황, 중일 전쟁, 제2차 세계 대전, 태평양 전쟁, 일본의 패망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집니다.

쇼와 일왕, 히로히토 일왕은 당시 일본의 헌법상 최고 군통수권자였고, 태평양 전쟁 개전을 결정한 전범입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좌)과 쇼와 일왕(우) - 출처 : wikipedia

그는 병약했던 아버지 다이쇼 일왕의 사망 직후 20세의 젊은 나이로 왕위에 올라 집권하게 됩니다.

남편이나 아버지로서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실제 스스로를 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강력한 정치적 카리스마를 바라던 당대 정치인들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 것이라 여겨집니다.

전쟁과 혁명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거듭된 악행과 잘못된 군사적 결정을 반복해 결국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대 제국이었던 일본을 패망으로 이끈 장본인입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시기인 일제강점기(日帝強占期) 35년간의 세 기간이 바로 메이지, 다이쇼, 쇼와 시대인 것입니다.

잘 못 알려진 '일제강점기 36년' 일제강점기는 35년, 34년 11개월

일제강점기는 흔히 36년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실제 연도는 약 35년입니다.

일제 찬탈기간은 36년이 아니다 - 오마이뉴스

1910년 8월 29일부터 시작해 약 35년이 지난 1945년 8월 15일까지 지속된 일제강점기 기간을 일본식 연호로 따지면 다음과 같습니다.

• 메이지 43년(1901)~메이지 45년(1912)
• 다이쇼 1년(1912)~다이쇼 15년(1926)
• 쇼와 1년(1926)~쇼와 20년(1945)

헤이세이(平成) 뜻

우리말로 평성이라고도 읽는 헤이세이(平成, へいせい)는 전범인 쇼와(히로히토) 일왕의 아들인 쓰구노미야 아키히토(継宮 明仁)가 왕으로 즉위하며 선포한 연호입니다.

한자의 조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천지와 내외의 평화를 이룬다'라는 뜻을 담아 제정한 원호이며,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역사의식을 바로 하고 주변국들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노력한 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키히토 일왕은 스스로 조사해 본 바 일본 왕실의 계보가 백제 무령왕의 후손으로부터 이어졌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몇 번이나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정치권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극우 성향의 정당인 자민당이 지배하는 일본 정치계를 볼 때, 왕가의 뿌리가 한반도에서 기인했다고 발언한 것은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한 행보입니다.

• "내 모계에 한국계 인물이 있는 것 같다.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음을 느낀다."
  1990년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에게 아키히토 일왕이 속삭인 말 - 출처 : 경향신문
• "나 자신도 간무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2001년 68세 생일을 맞은 아키히토 일왕의 발언 - 출처 : KBS뉴스

일반적으로 왕위란 왕이 죽고 난 뒤 계승되는 것이지만,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역사상 최초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퇴임한 왕입니다.

일본 역사상 최초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왕위를 내려놓은 아키히토 상왕 - 출처 : 조선일보

헤이세이 시대(平成 時代)는 1989년 1월 8일부터 시작되어 2019년 4월 30일에 끝났습니다.

• 서기 1989년 - 헤이세이 1년
• 서기 2019년 - 헤이세이 31년

레이와(令和) 뜻

일본의 전임 왕인 아키히토가 2019년에 스스로 왕위를 내려놓고 퇴위하여 상왕으로 물러난 뒤, 아들인 히로노미야 나루히토(浩宮 徳仁)가 왕으로 오르며 새 연호를 레이와(令和, れいわ)로 선포했습니다.

서기 2019년을 레이와 1년으로 선포한 나루히토 일왕 - 출처 : BBC

나루히토 일왕의 연호 레이와는 2019년을 원년, 1년으로 하여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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